이석행 한국폴리텍대학 전 이사장
독자 여러분마다 희망과 기대를 가지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셨을 것입니다. 모두가 바라는 공통된 한 가지 소망은 아마도 코로나19가 올해 안에 종식되고 빼앗긴 소중한 일상을 되찾는 일일 겁니다. 다시 하늘길이 활짝 열려 소중한 사람들과 설렘으로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날이 오기를 소망합니다.
인천에는 세계 공항서비스평가 연속 1위를 차지한 인천공항이 있습니다. 인천공항은 대한민국과 전 세계를 이어주며 인천이 글로벌 교통물류 중심도시가 되는 데 거점으로 기여해 왔습니다. 인천은 역사적으로 한반도의 교통·무역 중심지였습니다. 삼국시대부터 한반도 요충지로서 한강유역과 함께 삼국 역사의 무대였으며, 통일신라시대에는 대당 외교와 동아시아 교역의 중심지로, 고려시대에는 개경의 관문이자 무역의 중심지였습니다. 조선 후기인 1883년 개항으로 인천은 당시 한국 무역총액의 50%를, 광복 후인 1946년에는 국내 총 수입품의 94%가 인천항을 통해 수입됐습니다. 이처럼 인천은 역사적 교통·물류 DNA를 바탕으로 국내 최초 경제자유구역도시 지정과 세계 최고 수준의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을 동시에 보유한 국제도시로 성장했습니다.
‘모든 길은 인천으로 통한다(all ways Incheon)’라는 인천시의 도시브랜드 슬로건이 말해 주듯 지금까지 인천은 바닷길을 통해 세계와 만나는 관문도시로 성장해 왔습니다. 21세기 오늘날 인천은 하늘길을 통해 세계와 만나고 있습니다. 52개 국가 173개 도시가 하늘길로 인천공항과 연결돼 글로벌 화물운송 3위, 여객운송 5위로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세계가 연결돼 ‘모든 하늘길은 인천으로 통한다(all airways Incheon)’는 시대가 열리며 인천 발전에 새로운 기회가 우리에게 왔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인천공항은 비행반경 3시간 내에 61개 대도시, 총 17억 명의 항공여객수요를 아우르는 입지조건으로 코로나19 이전 기준 하루 2천 편의 항공기가 뜨고 내렸습니다. 전 세계 항공기가 여객과 항공화물 수송을 위해 인천공항으로 모여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전 세계 항공기가 지상에 머무는 동안 항공기를 유지·보수하는 MRO(Maintenance Repair Overhaul) 정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항공사들은 여객기가 승객·화물 승하기 시간을 제외하고는 하늘길을 끊임없이 달려야 수익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항공기들은 매일, 일정 주기마다 안전과 성능 유지를 위해 간단한 경정비부터 항공기를 완전 탈거에 가까운 기체, 엔진 등에 중정비까지 다양한 항공정비(MRO)를 받게 됩니다. 이로 인해 전 세계 글로벌 허브(Hub)공항은 항공MRO가 항공안전뿐만 아니라 항공기가 몰려 공항의 가치를 올리고 양질의 고부가 일자리 창출 산업임을 깨닫고 MRO 정비단지를 공항에 조성하며 MRO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허브공항 중 항공기 정비단지가 없는 공항은 인천공항이 유일한 실정입니다. 인천공항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여객기가 제때 정비를 받지 못하는 문제로 인한 결항·지연 증가로 항공안전을 위협하기 때문에 인천, 아니 대한민국에는 MRO산업 육성이 시급합니다. 특히 저비용항공사(LCC)는 항공기 정비를 위한 자체 인프라가 부재해 항공기 정비를 싱가포르·말레이시아·중국 등 해외 국가에 의존하고 있어 매년 약 1조2천억 원의 외화가 항공기 정비로 유출되고 있으며, 국내 항공산업 발전과 양질의 고용 창출이 가능한 MRO산업의 국내시장마저 사장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항공산업은 한 국가의 기술, 경제력, 인프라 등이 총화된 첨단산업이기 때문에 한 나라의 국력과 위상, 자주국방을 보여 주는 척도입니다. 이에 미국·EU 국가들은 자국의 항공산업 발전과 보호를 위해 WTO 분쟁도 불사하며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MRO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항공기 정비를 위한 정비고(Hangar), 장비·장치, 기술, 전문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초기 대규모 자본 투자와 인프라 구축 비용이 듭니다. 타 산업 대비 투자 회임기간 역시 5~10년 정도로 상당히 길어 기업 혼자 힘만으로는 각국의 지원을 받는 해외 선진 MRO업체들과 경쟁할 수 없습니다. 인천공항에 MRO산업 육성에 대한 답이 있습니다.
지난해 인천공항은 코로나19 이후 항공화물 증가세에 힘입어 2001년 개항 이후 최초로 항공화물 연간 300만t, 누적 5천만t 달성의 대기록을 세웠습니다. 국제공항협의회(ACI) 항공화물통계 2021년 11월 기준, 연간 300만t 달성은 홍콩 첵랍콕공항과 인천공항이 유일합니다. 전 세계 글로벌 항공기, 화물기가 인천공항을 화물 허브로 두고 몰려오고 있습니다. 미·중 무역분쟁은 기존 중국 중심의 동북아 항공화물과 화물기 정비를 인천공항으로 선택하게 해 수많은 항공기가 인천공항에서 정비를 받고 있으며, 인천의 전문 MRO기업인 샤프테크닉스케이 정비고는 정비를 받기 위한 항공기가 끊임없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물고기가 있는 곳에 그물을 던지듯, 인천공항의 풍부한 MRO 수요를 끌어안을 수 있는 인천시의 과감한 지원이 필요할 때입니다. 인프라 조성, MRO 기업 세제 혜택, 우리나라 항공사가 국내에서 MRO 정비 시 인센티브 부여 등 적극적인 항공정비 산업 유치를 지원해야 할 것입니다. 항공기 정비는 숙련된 전문인력이 필요하고, 숙련 정비인력이 우대받아 정년이 안정적으로 보장되기 때문에 인천이 가진 인프라와 특화된 항공MRO 경쟁력으로 인천형 일자리 창출에 적합합니다. 이제 인천은 인천만이 할 수 있고 가장 유망한 MRO산업을 육성해 지역경제를 발전시키고 양질의 청년·전문 일자리를 만들어 가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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