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뉴스=김덕현기자] 제17회 인천 아시아경기대회를 일주일 앞두고 대회 성공 개최의 열쇠를 쥐고 있는 북한 응원단의 참가가 불투명한 가운데 입장권 판매율 저조에다 대회 참가국 국기 게양 논란까지 겹쳐 ‘인천AG가 최악의 대회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45억 아시아인의 축제 2014 AG대회 개최 도시의 수장인 유정복 인천시장은 남북공동응원단 구성 등 현안에는 뒷짐만 지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아시안게임이 끝나면 인천은 매년 6천억원의 부채를 10여 년 이상 갚아야 하는 실정이다.
이에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서는 ‘침묵하는 인천시장’에 대해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인공기 논란’으로 국제 망신 자초
경기도 고양시는 최근 고양종합운동장 앞 도로에 북한 인공기를 철거했다.
시내에 내걸린 인공기로 인해 보수 매체 및 일부 단체들의 항의 때문이라는 이유다.
그러나 중국의 ‘오성홍기’를 두고 인공기만 철거하면서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규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 11일 인천문학경기장 내 걸려진 인공기.ⓒ인천뉴스 신창원기자
OCA 규정 58조에 따르면 “모든 경기장 및 그 부근, 본부 호텔, 선수촌과 메인프레스 센터, 공항 등에는 OCA기와 참가 올림픽위원회(NOC) 회원들의 기가 게양되어야 한다”고 돼 있다.
따라서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고양종합운동장 앞 도로에 이번 대회 참가국 중 하나인 북한의 국기를 게양한 것은 규정을 준수한 행위라는 것이다.
앞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 때도 인공기가 거리에 걸린 바 있다.
시 관계자는 “인공기를 게양한 것은 우리 시가 아니라 대회 조직위원회에서 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는 “경기장 인근 거리에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기와 대회 엠블럼 기만 내걸고 참가국의 국기는 경기장에만 게양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조직위는 정부와 협의 하에 내린 결정이고, 불필요한 논란의 소지를 두지 않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이유를 밝혔지만 일부 보수단체의 항의를 이유로 45개 참가국 국기를 전면 대체키로 한 것은 ‘국제적 망신’이라는 지적이다.
◇’평화의 숨결 아시아의 미래’ 슬로건 무색해져…”인천시가 나서야”
야권뿐만 아니라 여권에서도 북측 응원단 파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지만, 유정복 시장은 남북한의 입장 차이를 핑계로 공동응원단 개최가 쉽지 않다고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 지난 2005년 인천에서 열린 아시아육상경기대회 북한 응원단
이번 대회의 슬로건인 ‘평화의 숨결 아시아의 미래’가 남북관계 경색이 이어지면서 명분을 잃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인천시당은 11일 논평을 통해 “인천시에서 북한정부에 응원단 파견을 조건 없이 초청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인천시당은 “대통령의 측근이자 중앙정부의 실세를 자처하던 유정복 시장의 공언은 시장직 입성을 노린 허언에 불과했는가”라며 “대회 개막을 일주일 남짓 남겨놓은 현재 AG 준비 상황은 남북관계 개선과 대회 흥행 모두 다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나 북한 모두 인공기 크기 문제를 놓고 수 개월을 허비해 왔으며, 중앙정부는 북한 응원단을 대남 심리전 담당용 미인계에 비유해 비정치적 교류의 효과적 수단인 스포츠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실수를 남발했다”고 비판했다.
시당은 “이 과정에서 유 시장의 줏대 없는 침묵이 졸속 대회 개최에 대한 우려를 조성하는 데 크게 일조했음이 확실하다”며 유정복 시장은 이제라도 ‘힘있는 시장’ 등의 약속이 허언이 아니었음을 증명해야 한다. 인천AG가 남북 화합의 계기와 흥행에 성공하는 대회로 기억되기 위해서는 북한 응원단 파견과 공동응원단 구성 실현은 현재 인천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옵션”이라고 덧붙였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지난 4일 최고위원 회의 직후 취재진들에게 “(북한 응원단 파견은) 북한의 많은 엘리트 체육인과 응원단이 와서 서로 교류하고 이해하며 긴장을 완화할 좋은 기회”라며 “이걸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정부 당국이 참 무능하다”고 했다.
그는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일인데 우리 정부가 왜 그렇게 쩨쩨하게 국제 관례를 얘기하느냐”며 남북 공동응원단 구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나온 유 시장은 “남북한의 기본적인 입장차이가 있는 상황”이라며 “체류 비용의 문제만으로 보긴 어렵다. 여러 가지 뭐 기본적인 입장 차이도 다소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남북공동응원단 성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금은 시기적으로나, 또 인천이 개최지라고 하는 특성 등을 감안할 때 공동응원단 개최가 그렇게 용이치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무성 대표는 “유 시장의 이런 발언에 대해 “어려운 게 어디 있느냐”라며 “인천AG가 (인천시의) 엄청난 부채 속에 열리는데, 성공해야 할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AG 흥행 키워드는 ‘북한’
인천AG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9월 6일 현재 개막식 표를 40%도 팔지 못했다. 폐막식 표 판매율은 10%도 채 되지 않는다.
입장권 판매 목표액은 350억원이다. 개·폐회식에 250억원, 일반경기가 100억원이다. 개·폐회식에 10만 장, 일반경기가 320만 장이다.
그런데 북한 남녀축구 예선전은 연일 매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인천AG 남북공동응원추진단은 지난 10일 성명을 내고 “북한 응원단 참가와 남북공동응원까지 성사됐다면 언론의 취재 열기가 국민들과 시민들의 관심을 모아내고 경기장으로 오게 만들었을 것”이라며 적자 대회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빚 잔치 피할 방법, 아직 남아 있다
아시안게임이 끝나면 ’13조 부채’를 안고 있는 인천시는 이듬해인 2015년부터 경기장 관리 운영비를 포함해 매년 6천억원씩 10여 년 이상 갚아야 한다.
정부의 지원없이 인천이 보유하고 있는 ‘남북교류협력기금’ 43억원을 활용하면 북한 응원단 체류비는 해결 된다.
지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 때를 감안하면 응원단 1명에 약 160여만원씩 쓰인 만큼, 물가 상승을 감안하더라도 북한이 당초 발표한 응원단 303명의 체류비가 약 5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오는 17일 뉴욕에서 열리는 제 69회 유엔총회에서 남북 외교장관 회담이 이뤄질 예정이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해 온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를 비롯한 북한의 매체들이 남측의 태도 변화를 주문하거나 응원단 참가 불발에 따른 아쉬움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 북한 응원단 참가의 ‘불씨’가 남은 상황인 만큼,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위해서라도 인천시장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유정복 시장은 11일 오후 시청사 영상회의실에서 ‘민선6기 비전 발표회’를 열고 민선 6기의 시정 비전으로 ‘인천의 꿈, 대한민국의 미래’로 선정하고, 주요 시정 방침으로 ▲ 풍요로운 시민의 삶 ▲역동적인 세계도시 ▲인천만의 가치 창조 ▲시민 중심 시정 실현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발표회는 구체적인 실현사항이 제시되지 않아 ‘포인트가 없고 조급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인천 AG행사를 불과 8일 앞두고 이벤트로 발표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시 관계자는 “인천AG가 열리면 많은 내·외빈이 올 것으로 예상하면서, 민선 6기의 시정 방침을 빨리 알리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해 시급하게 발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인천AG를 총괄하고 책임지는 인천시장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신규철 남북 공동응원추진단 공동집행위원장은 “아시안게임 개최도시의 수장이 오히려 아시안게임 성공 개최 여부에 침묵하고 있는 모양새다. 인천AG의 모든 성패와 공과는 현 인천시장이 지는 것이지, 박근혜 대통령이 지는 것이 아니다”며 “유 시장이 북한 응원단을 조건 없이 직접 초정할 것을 제안한다”며 적극적인 태도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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