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사업 둘러싸고 “공사 갑질” “무단 점거” 맞서
1·2심 모두 인천공항 勝
[법알못 판례 읽기]
인천광역시 운서동 퍼블릭골프장 스카이72 바다코스에서 고객들이 라운딩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신문코로나19 사태로 가장 수혜를 본 산업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은 바로 ‘골프 산업’이다. 2030세대가 실외 스포츠로 눈을 돌리며 골프를 하는 사람들 자체가 크게 늘어났다. 또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국내 골프장으로 예약이 쏟아졌고 이에 골프장마다 예약 대란이 일어났다.
인천의 대표적인 골프장 스카이72도 2021년 매출이 923억5503만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2020년 매출(846억6102만원)보다 77억원이 많다. 말 그대로 ‘특수’를 누린 것이다. 하지만 스카이72는 사실상 2년째 인천국제공항 토지를 무단으로 점유해 영업 중이다.
법원은 “토지를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인천공항공사)에 반환하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스카이72는 “인천공항공사의 갑질”이라며 상고심을 다시 한 번 받아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인천공항공사는 법원을 통해 강제 집행과 손해 배상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며 맞대응을 예고했다.
5활주로 착공 늦어지며 계약 문제 불거져
인천공항공사와 스카이72의 법정 다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두 회사가 계약을 체결한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스카이72는 2002년 7월 인천공항공사와 ‘인천공항 제5활주로 예정 지역 민간 투자 개발 사업 실시 협약’을 체결했다.
해당 협약에는 스카이72가 인천 중구 소재의 5활주로를 건설할 부지에 골프장과 클럽하우스 등을 조성해 운영하겠다는 계획이 담겨 있었다. 협약에 따르면 골프장의 운영 종료일은 5활주로를 건설하는 2020년 12월 31일이었다.
또한 공항 시설의 불가피한 확장 계획, 정부 또는 공사의 불가피한 계획 변경에 의해 토지 사용 기간의 단축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상호 협의해 조정하기로 했다. 이에 스카이72는 2005년부터 골프장을 열고 영업을 해왔다.
하지만 문제는 5활주로의 착공이 예정보다 늦어지면서 시작됐다. 계약과 달리 5활주로의 건설 계획이 약 5년 정도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인천공항공사는 스카이72에 “계약 기간이 종료됐으니 퇴거하라”며 해당 토지의 인도를 요청했다. 2020년 9월에는 공개 경쟁 입찰로 KMH신라레저를 해당 골프장의 새로운 사업자로 선정하기도 했다.
반면 스카이72는 계약 만료가 ‘5활주로 착공’을 전제로 한 것인 만큼 계약 기간이 남았다고 주장했다. 스카이72는 “공사와 골프장 운영 협약을 맺을 당시 골프장 운영을 2020년까지로 체결하고 5활주로 공사가 예정되는 2021년 전에는 골프장 운영을 종료하기로 했으나 공사가 5활주로 공사를 연기했으므로 스카이72도 골프장 운영을 계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스카이72는 토지 사용 기간의 단축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상호 협의해 조정하기로 한 조항을 두고 “착공이 연기될 시에도 협약 여부에 관해 성실하게 협의해야 하는데 이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급심 “스카이72, 골프장 인국공에 넘겨라”
스카이72는 법정에서 토지 이외 골프장과 클럽하우스 등 건축물과 시설물은 소유권 이전의 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공사가 스카이72에 빌려준 것은 폐염전·바다·황무지였지만 이번 소송을 통해 요구한 것은 8000억원의 가치에 달하는 골프장”이라고 호소했다. 또한 “공사가 골프장을 짓는 데 들어간 투자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며 유익비 지급 제기 소송을 함께 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인천공항공사의 손을 들어줬다. 사건을 심리한 당시 인천지법 행정1-1부(부장판사 양지정)는 “공사와 스카이72가 2005년 맺었던 토지에 대한 민간 투자 개발 사업 실시 협약에 따라 토지 사용 기간이 종료됐다”고 명시했다.
스카이72가 제기한 투자 비용 제기 소송에 대해서도 “스카이72가 스스로 투자 수익을 따져 사업에 참여한 사실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협약의 내용이 스카이72에 불리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스카이72가 즉각 항소했지만 2심의 결과도 같았다. 2심 재판부는 “(관련 협약 규정의 취지는) 토지 사용 기간의 단축이 불가피한 경우 상호 협의해 조정할 수 있으나 그 외에는 2020년 12월 31일에 토지 사용 기간이 종료되고 해당 기간을 연장하기 위해선 별도의 합의에 의한 갱신 절차가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또한 “스카이72가 주장하는 공사의 협의 의무 불이행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새로운 실체적 법률 관계를 발생시키는 형성권적 효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스카이72는 이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상고심까지 받아보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인천공항공사는 올해 5월 중 법원을 통해 스카이72의 운영 중단을 위해 강제 집행에 나서고 무단 점유로 1000억원 이상의 손해를 봤다며 손해 배상 소송도 본격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에도 스카이72를 상대로 573억원의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무단 점유 기간이 길어질 때마다 매월 47억원씩 손해 배상금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공공 재산인 국가 토지를 무단 점유해 벌어들인 수익은 한 푼도 빠짐없이 환수해야 마땅하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사우스링스 영암의 2인용 카트. 사진=한국경제신문[돋보기]
골프장 카트, 부가세 감면 대상 아니다
골프장 운영사 등이 골프 카트가 ‘여객 운송용’으로 부가가치세법상 감면 대상이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2022년 5월 2일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주영)는 골프장 운영사와 카트 운영 위탁사 등 27개 업체가 전국의 23개 관할 세무서를 상대로 낸 부가가치세 경정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이들 업체는 이용객들을 상대로 골프 카트로 이동하는 용역을 제공하고 받은 대가를 과세 표준에 포함해 부가가치세를 납부해 왔다. 하지만 이들은 “카트 운영은 부가가치세 면세 대상인 여객 운송 용역에 해당한다”며 관할 세무서에 2015~2019년 납부한 세금 일부를 환급해 달라는 경정 청구를 제기했다.
옛 부가가치세법 37조는 면세하지 않는 여객 운송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 해당 법안은 고속버스, 전세버스, 항해 시속 20노트 이상의 여객선 등 면세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여객 운송을 나열해 뒀다. 골프장 운영사 측은 “골프 카트 운영은 면세하지 않는 여객 운송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면세 범위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세무 당국과 조세심판원은 모두 “카트 운영은 부가가치세 면제 대상이 아니다”며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골프장 운영사 등은 2021년 5월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 역시 골프 카트 운영·임대 사업은 여객 운송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골프 카트 운영은 ‘골프장 이용객들의 원활한 경기 진행을 위해 코스 내 이동의 편의를 제공한 것’으로 전체적으로 골프장 운영업에 포함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여객 운송 용역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대중교통’의 기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여객 운송 용역을 부가가치세 면제 대상으로 규정한 것은 일반 국민의 세금 부담을 경감해 주려는 취지”라며 “여객 운송 용역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단순히 사람의 장소 이동을 담당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일반 국민의 교통 편의를 증진하는 대중교통 수단 기능을 함께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골프장 운영사 등 원고 측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현아 한국경제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