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도시공사(iH)의 ‘검단신도시 공동주택용지 AA29B 공구 특별설계 공모’ 선정 과정에서 불법적 정황이 포착되는 등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
11일 iH에 따르면 최근 DL건설 컨소시엄이 검단신도시 내 공동주택용지 AA29B 공구의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됐다.
이 사업은 검단신도시 AA29B 공구 4만 5342㎡ 터에 785세대 공동주택을 조성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공급가격은 1276억 6444만 원으로 공모 전부터 건설업계 사이에 로또로 불렸다. 많게는 1000억 원대 수익이 예상되면서 건설업체들이 치열한 입찰 전쟁과 로비 경쟁을 펼쳤다.
공모 결과 주관사 DL건설, 부관사 5개 업체, 설계 3개 업체로 구성된 DL건설 컨소시엄은 개발계획 평가에서 859.5점을 얻어 금호건설 컨소시엄을 45점차로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iH 전‧현직 직원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DL건설 컨소시엄 간 각종 유착 정황이 포착되면서 공정성 시비가 일고 있다.
iH 공모 담당 직원과 DL컨소시엄 참여사 임원의 골프 회동 등 유착 의혹
iH 직원 A씨와 DL건설 컨소시엄의 참여사인 업체 임원 B씨가 골프 회동을 하는 등 사전접촉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기신문이 입수한 다수의 제보는 골프를 친 날짜와 시간대, 당시 함께 골프를 친 4명에 대한 신상까지 상당히 구체적이다.
제보에 따르면 골프 회동은 지난 5월 28일 검단신도시 공동주택용지 특별설계공급 공고가 나간 지 불과 4일 뒤인 6월 2일 오후 7시(3부 시간대)쯤 이뤄졌다.
A씨는 이번 공모 담당으로 심사를 주도했고, B씨는 DL건설 컨소시엄자의 부관사인 C개발의 등재 이사다.
공교롭게도 이번 심사에서 DL건설은 설계부문에서 큰 점수 차로 선정된 것이 확인됐다.
공모 지침에 벗어난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전 iH 본부장이었던 D씨는 퇴직 후 3년이 경과하기 전에 DL건설에 취업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 규정을 위반한 셈이다.
D씨는 DL건설 내 직제 상 공공개발사업팀 부장으로 돼 있다. 특히 인천에서는 인천지사장 명함으로 활동해 온 것으로 알려져 이번 AA29B 공모 과정에서도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D씨는 지난 2019년 iH 본부장 재임 시절 구월 A3BL 장기공공임대 및 소규모 공공임대주택사업도 주도했다. 그해 구월 A3BL 역시 DL건설(구 삼호)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현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D씨는 지난해 말 퇴직한 뒤 DL건설에 취업했다.
사전접촉‧비리행위는 중대한 감점 사유
입찰 공고 이후 관계자들의 골프 회동 자체는 사전접촉에 해당된다. iH의 AA29B 공모 지침서에도 사전접촉은 감점사유로 명시돼 있다.
또 취업승인심사 대상자가 사전 승인 없이 취업심사대상 기관에 취업할 경우 관련 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게 돼 있다.
AA29B 공모에서 45점 차로 탈락한 금호건설 컨소시엄은 이 같은 iH 전‧현직 임직원의 유착 의혹에 대해 2차례 이의 신청을 iH에 제기했다.
A씨와 B씨의 골프 회동 의혹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한 대목이다. 사실로 확인될 경우 AA29B 공모 당시 공고된 감점사유(사전접촉 및 비리행위 등)에 해당되기 때문에 이에 상응한 조치(감점 등)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사전 승인 없이 DL건설에 취업한 D씨의 경우 iH에서 퇴직한 2020년 11월 21일 이후 3년 내에 DL건설에 취업해 공직자윤리법 제17조 제1항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된다.
금호건설 관계자는 “검단 AA29B, 구월 A3BL 공모는 iH 전‧현직 임직원의 유착 가능성이 크다”며 “iH는 필요하다면 감사실 또는 수사기관 등에 조사 의뢰를 해 공기업으로서 공정한 심사가 이뤄졌는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iH 관계자는 “골프 회동과 관련해 조사를 벌였고 당사자들로부터 ‘그런 사실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추가 조사를 하고 있지만 수사권한이 없어 당사자들의 답변을 수용할 수 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D씨가 사전 승인 없이 DL건설에 취업한 것은 개인의 일탈 행위”라며 “D씨가 검단 AA29B, 구월 A3BL 공모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확인된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인천 = 정민교 기자 ]